손실회피 성향을 스스로 컨트롤 하기
어느 봄날, 나는 동네 공원 연못 앞에 멈춰 섰다. 물속에는 붉고 검은 잉어들이 우글우글 뒤엉키며 먹잇감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손안에는 몇 백 원짜리 동전처럼 가벼운 물고기 사료 한 봉지가 쥐어져 있었다. 평소라면 ‘이 사료 값을 뭐하러 쓰지?’라는 생각이 들 법도 했다. 그런데 그날은 왠지 모르게 ‘이 작은 나눔이 내가 가진 것들을 잃는 일일까, 아니면 내가 또 다른 무언가를 얻는 과정일까’라는 생각이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나눔의 시작, 잃어버림에 대한 두려움과 마주하기
우리는 손실을 두려워한다. 작은 돈이라도, 작은 자존심이라도, 심지어 작은 마음 한 조각이라도 빼앗기는 걸 견디기 힘들어한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잃으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은 아주 오래 전부터 뿌리를 내렸고, 그것이 우리를 붙잡아 놓는다.
그런데, 그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겉보기엔 나를 지켜주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나를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든다.
만약 내가 연못가에 선 채, “아까우니 이 사료를 그냥 들고 가야겠다”라고 결심한다면, 나는 한 푼도 손해 보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내 마음 한 구석에 분명한 ‘결핍감’을 끌어안은 채 집으로 돌아서야만 한다. 그때의 공허함이 아마도 ‘손실을 피하는 대가’가 아닐까?
방생과 공원 먹이 주기, ‘주는 것’에서 피어나는 위안
동남아 불교를 여행했던 적이 있다. 그곳 스님들과 신도들은 방생(放生)이라 하여 물고기나 새를 풀어주고 살려주는 전통을 꽤나 진지하게 실천했다. 언뜻 보기엔 ‘내 돈과 시간, 애써 준비한 것들을 몽땅 쏟아부어 생명을 살리는 것’이지만, 실제로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니 **“놓아주고, 빼앗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되찾고 회복하는 행위”**였다.
물고기를 풀어줄 때마다 사람들의 얼굴엔 기묘한 안도와 기쁨이 어렸다. “정말 저렇게 내어줘도 괜찮을까?” 싶은데, 그들은 마치 좀 전에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가벼워 보였다. 나중에 나도 그 자리에 끼어 보았다.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강물에 놓아주고 난 뒤,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잃는다는 느낌 대신, 묵혀 있던 어두운 감정 하나쯤을 던져 버린 기분이었다.
공원 연못에서 잉어에게 사료를 주는 것도 비슷했다. 사실 잉어가 배가 고프든 말든, 나와는 별 상관이 없다. 그렇지만 사료를 뿌려 주는 순간, 손에 쥐고 있던 ‘뭔가를 잃는 감각’이 사라지고, 대신 ‘나로 인해 뭔가가 살아 움직이는’ 감동이 번진다. 쓸데없는 지출로 느꼈던 동전 몇 개가, 짧은 찰나에 나를 한층 더 넉넉하게 만들었다. 그 기묘한 심리적 변화가 ‘손실회피’라는 내 본능적 두려움을 잠시나마 내려놓게 해주었다.
새해 복 나누기, “내 복이 줄어드는 게 아닐까?”라는 의심
해가 바뀌면 사람들은 습관처럼 서로에게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특히 가까운 이들이나 자주 연락하는 친구들한테는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나는 의도적으로 일부러 불편했던 사람, 혹은 거의 연락을 끊은 사람들에게도 새해 인사를 해보고 있다.
처음엔 마음 한켠이 찜찜했다. “괜히 복을 빌어줘서 내가 손해 보는 건 아닐까?”, “좋은 말 해줘봤자 무시받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내 복을 나누어 주면, 내가 받을 복이 좀 줄어드는 건 아닐까 하는 이상한 계산도 스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새해 복을 빌어주는’ 연락을 하고 나면, 이상하게도 마음 한 켠이 뜨뜻해지곤 했다. “그래, 다 같이 잘 살아보자”라는 기도가 나를 무장해제시킨 것이다. 그 관계가 개선되었든 그렇지 않았든, 최소한 내가 쓸데없는 앙금을 덜어내고 앞으로 걸어갈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마중물이 되었다. ‘복 나눔’은 내 몫이 줄어드는 손실이 아니라, 내 마음의 그릇을 더 크게 만드는 일이었다.
손실은 어쩌면, 내가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기회
도박이든 투자든, 누구도 손실 없이 살아갈 순 없다. 그러니까 기왕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그 ‘잃음’이라는 순간을 좀 더 품위 있게, 좀 더 담대하게 맞이해보자는 게 내가 최근 깨달은 바다.
그날 공원에서, 작은 사료 봉지를 다 뿌리고 난 뒤 “아, 이 몇 천 원 다 날렸네”라는 후회가 들지 않은 걸 보면, 인간의 마음은 참으로 묘하다. 잃는 건 똑같이 잃는데, 마음속 감정의 흐름은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손실회피라는 본능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본능에만 갇혀 있으면, 나는 결국 내가 가진 것 하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잃게 된다. 오히려 조금씩 베풀고, 나누고, 내려놓으며 ‘잃음’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하면, 온몸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던 두려움을 탈피하게 된다. 손실도 ‘자발적 선택’의 일부가 될 때, 그것은 더 이상 내 에너지를 고갈시키지 않는다.
뼈아픈 결론, 그래도 나아갈 수 있다
상실은 뼈아프다. 그리고 그 뼈아픈 순간에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나눔을 통해, 때론 ‘방생’이나 ‘복 나누기’ 같은 작은 실천을 통해 우리는 알 수 있다. “내가 잃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찰나에, 어쩌면 나는 더 큰 걸 얻고 있었다”는 사실을.
만약 당신이 손실 앞에서 주저앉아 울고 싶다면, 울어도 된다. 그러고 나서 한 번쯤 공원 연못가에 서 보자. 잉어에게 먹이를 주고, 새해에 잘 연락하지 않던 사람에게 복을 빌어주며, ‘놓아버린다’는 느낌을 조심스레 체득해 보자. 그러면 언젠가 우리도 몸과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상태로, 손실의 순간을 담담히 “이 또한 내가 살아가면서 배우고 얻어야 할 과정”이라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잃어도 괜찮다. 그건 내가 더 깊어지고 넉넉해지는 연습의 일부다. 그러니까 부디, 뼈아픈 순간을 두려워하지 말고, 나눔과 방생으로 마음의 문을 조금 열어놓자. 결국 그 문틈 사이로, 예상치 못한 따뜻함이 들어올 것이다.
나눔의 시작, 잃어버림에 대한 두려움과 마주하기
우리는 손실을 두려워한다. 작은 돈이라도, 작은 자존심이라도, 심지어 작은 마음 한 조각이라도 빼앗기는 걸 견디기 힘들어한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잃으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은 아주 오래 전부터 뿌리를 내렸고, 그것이 우리를 붙잡아 놓는다.
그런데, 그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겉보기엔 나를 지켜주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나를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든다.
만약 내가 연못가에 선 채, “아까우니 이 사료를 그냥 들고 가야겠다”라고 결심한다면, 나는 한 푼도 손해 보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내 마음 한 구석에 분명한 ‘결핍감’을 끌어안은 채 집으로 돌아서야만 한다. 그때의 공허함이 아마도 ‘손실을 피하는 대가’가 아닐까?
방생과 공원 먹이 주기, ‘주는 것’에서 피어나는 위안
동남아 불교를 여행했던 적이 있다. 그곳 스님들과 신도들은 방생(放生)이라 하여 물고기나 새를 풀어주고 살려주는 전통을 꽤나 진지하게 실천했다. 언뜻 보기엔 ‘내 돈과 시간, 애써 준비한 것들을 몽땅 쏟아부어 생명을 살리는 것’이지만, 실제로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니 **“놓아주고, 빼앗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되찾고 회복하는 행위”**였다.
물고기를 풀어줄 때마다 사람들의 얼굴엔 기묘한 안도와 기쁨이 어렸다. “정말 저렇게 내어줘도 괜찮을까?” 싶은데, 그들은 마치 좀 전에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가벼워 보였다. 나중에 나도 그 자리에 끼어 보았다.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강물에 놓아주고 난 뒤,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잃는다는 느낌 대신, 묵혀 있던 어두운 감정 하나쯤을 던져 버린 기분이었다.
공원 연못에서 잉어에게 사료를 주는 것도 비슷했다. 사실 잉어가 배가 고프든 말든, 나와는 별 상관이 없다. 그렇지만 사료를 뿌려 주는 순간, 손에 쥐고 있던 ‘뭔가를 잃는 감각’이 사라지고, 대신 ‘나로 인해 뭔가가 살아 움직이는’ 감동이 번진다. 쓸데없는 지출로 느꼈던 동전 몇 개가, 짧은 찰나에 나를 한층 더 넉넉하게 만들었다. 그 기묘한 심리적 변화가 ‘손실회피’라는 내 본능적 두려움을 잠시나마 내려놓게 해주었다.
새해 복 나누기, “내 복이 줄어드는 게 아닐까?”라는 의심
해가 바뀌면 사람들은 습관처럼 서로에게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특히 가까운 이들이나 자주 연락하는 친구들한테는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나는 의도적으로 일부러 불편했던 사람, 혹은 거의 연락을 끊은 사람들에게도 새해 인사를 해보고 있다.
처음엔 마음 한켠이 찜찜했다. “괜히 복을 빌어줘서 내가 손해 보는 건 아닐까?”, “좋은 말 해줘봤자 무시받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내 복을 나누어 주면, 내가 받을 복이 좀 줄어드는 건 아닐까 하는 이상한 계산도 스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새해 복을 빌어주는’ 연락을 하고 나면, 이상하게도 마음 한 켠이 뜨뜻해지곤 했다. “그래, 다 같이 잘 살아보자”라는 기도가 나를 무장해제시킨 것이다. 그 관계가 개선되었든 그렇지 않았든, 최소한 내가 쓸데없는 앙금을 덜어내고 앞으로 걸어갈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마중물이 되었다. ‘복 나눔’은 내 몫이 줄어드는 손실이 아니라, 내 마음의 그릇을 더 크게 만드는 일이었다.
손실은 어쩌면, 내가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기회
도박이든 투자든, 누구도 손실 없이 살아갈 순 없다. 그러니까 기왕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그 ‘잃음’이라는 순간을 좀 더 품위 있게, 좀 더 담대하게 맞이해보자는 게 내가 최근 깨달은 바다.
그날 공원에서, 작은 사료 봉지를 다 뿌리고 난 뒤 “아, 이 몇 천 원 다 날렸네”라는 후회가 들지 않은 걸 보면, 인간의 마음은 참으로 묘하다. 잃는 건 똑같이 잃는데, 마음속 감정의 흐름은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손실회피라는 본능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본능에만 갇혀 있으면, 나는 결국 내가 가진 것 하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잃게 된다. 오히려 조금씩 베풀고, 나누고, 내려놓으며 ‘잃음’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하면, 온몸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던 두려움을 탈피하게 된다. 손실도 ‘자발적 선택’의 일부가 될 때, 그것은 더 이상 내 에너지를 고갈시키지 않는다.
뼈아픈 결론, 그래도 나아갈 수 있다
상실은 뼈아프다. 그리고 그 뼈아픈 순간에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나눔을 통해, 때론 ‘방생’이나 ‘복 나누기’ 같은 작은 실천을 통해 우리는 알 수 있다. “내가 잃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찰나에, 어쩌면 나는 더 큰 걸 얻고 있었다”는 사실을.
만약 당신이 손실 앞에서 주저앉아 울고 싶다면, 울어도 된다. 그러고 나서 한 번쯤 공원 연못가에 서 보자. 잉어에게 먹이를 주고, 새해에 잘 연락하지 않던 사람에게 복을 빌어주며, ‘놓아버린다’는 느낌을 조심스레 체득해 보자. 그러면 언젠가 우리도 몸과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상태로, 손실의 순간을 담담히 “이 또한 내가 살아가면서 배우고 얻어야 할 과정”이라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잃어도 괜찮다. 그건 내가 더 깊어지고 넉넉해지는 연습의 일부다. 그러니까 부디, 뼈아픈 순간을 두려워하지 말고, 나눔과 방생으로 마음의 문을 조금 열어놓자. 결국 그 문틈 사이로, 예상치 못한 따뜻함이 들어올 것이다.
